사무실을 나서면 내게 주어지는 선택지.
"왼쪽. 직진. 오른쪽"
왼쪽으로 가면 딱히 무엇이 있다고 할만하진않고.
직진을 하면 집.
오른쪽은 유흥가.
가장 많이 선택되는방향은 오른쪽이지만 이날은 조용히 왼쪽으로 향했다.
저녁을 함께할 사람의 퇴근시간은 정해져있지않아서
연락이 올때까지는 기다림의 시간.
물론 재촉을 한다면 시간이 좀 당겨질수는 있겠지만 배려로 시작했던 이 기다림의 시간이 익숙해져버렸다.
익숙한 동네를 새롭다는듯이 걷다보면 그간 또 보지못했던것들이 보인다.
항상 은행앞에 서있는 과일파는 트럭아저씨는 오늘은 사과를 팔고.
현대자동차 대리점엔 노부부가 산타페에 관심을 갖고 보고있다.
매번 보던 스타벅스 정문이 아니라 뒤에서 보는 스타벅스건물은 이렇구나.
하고 걷다보니 '직지시장' 이라는 간판이 훤히 보인다.
오늘은 시장을 가야겠다.
▲ 시장 간판 |
▲ 시장 내부 |
7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라그런가 조용하다.
큰길 건너 농수산물시장이 있어 장사가 되려나 괜한 걱정을 잠시 했다가 바로 옆 아파트단지를 보며 가까운게 최고지 또 싶다.
이제는 시장들도 워낙 깔끔하게 관리가 되는것같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떡집, 분식집, 슈퍼도 있고 이불가게, 신발가게.. 오오. 작지만 커피파는곳도 있다. 아메리카노.
어려서는 신발도 이불도 모두 시장표였는데
지금은 오직 브랜드만 찾는다.
여전히 엄마는 시장에서 이불을 사고 처음보는 낮선 신발을 사고 통닭도 사오시곤한다.
그럼 옆에서 나는 이불은 모 브랜드가 좋다느니 신발좀 좋은거 신으라느니.
기름이 깨끗해서 사왔다는 통닭을 먹으며 '엄마, 기름이 깨끗해지는 약품이 있어~ 너무 믿지마요. 이거 국산닭은 맞겠지?' 라고 괜한 트집을 잡는다.
나중에 세대가 바뀌고 나면 시장 속 가게들이 남아있으려나.
배고픔이 당연한 시간.
시장의 먹거리들을 뿌리치고 나오는데 붕어빵집이 보인다.
추웠던 올겨울. 붕어빵 한마리 먹어보지않고 봄이 왔는데 괜시리 아쉬운 마음에 한봉지 사볼까 고민하다가 온갖 핑계를 대며 또 지나쳤다.
'한봉지는 양이 많고, 이따 같이 먹으면 식어서 맛없을테고.. 큰길인데 미세먼지는 어떻고...'
괜한 트집을 잡다가 시끄러운 도로변 퇴근하는 차들의 클락션 소리에 깜짝놀라 붕어빵집 생각은 본적도 없는것처럼 사라졌다.
봉명동에서 출발해서 걷다보니 신봉동사거리.
이쯤에서 한번 쉬어줘야겠다 싶어 간단히 뭘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연락이 왔다.
율량동까지도 가볼생각이 있었는데 출발했다면 더 움직이는건 좋은생각이 아니다.
마침 근처에 단골집. 서리서리 멸치국수 집이 있으니 저녁을 그곳에서 먹는걸로 약속을 잡고 맞은편 투썸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 오래지 않은 이곳.
식당 일선관, 다이소, 서점 발산문고, 문구점 오피스디포 등이 들어서 있다.
바로 옆 일선관은 몇번 왔었지만 첫방문인 이곳 투썸은 인테리어가 마음에 든다.
충대투썸과는 또다른 느낌이랄까.
어차피 아메리카노를 주문할거면서 새로운 메뉴가 없을까 하고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봤다.
결국 또 아메리카노.
행사중인건지 본래 그런건지 두종류의 원두 중 선택하라고 하기에 스페셜블랜드였던가. 산뜻한 맛으로 선택했는데 마음에 들었다.
투샷인데도 쓰지않고 가벼운 맛.
아메리카노 사진을 찍고났는데 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
이 커피가 4,100원.. 아까 붕어빵이 천원에 4마리. 그럼 이 커피 한잔이 붕어빵 16마리구나.
한사람이 붕어빵을 2마리씩 먹는다면 8명이 허기를 면할수 있겠구나.
물론 이 커피는 커피값이 아닌 자리값이지만 그래도 참 씁쓸하구나.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가
까페가 주는 이 특유의 여유로움에 한마디 한다.
'아. 좋다..!'
▲ 김밥 3천원 |
▲ 멸치국수 4,500원 |
▲ 메뉴판. 선불제이다. |
요즘 우리의 단골집인 이곳.
서리서리 멸치국수.
신봉사거리 기아자동차 맞은편쯤에 있다.
지난 겨울부터 다니기시작해서 여름메뉴를 제외한 국수류는 전부 먹어본 결과 이제는 고정메뉴.
멸치국수 2그릇과 김밥.
참치김밥이나 치즈김밥이 아님에도 3천원인 이 즉석김밥은 좀 비싼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고정메뉴.
일단 김밥이 따듯해서 좋다.
엄마가 김밥 싸주실때 옆에서 얻어먹는 김밥맛.
따로 주차장이 없다는게 단점이고
단속지역이지만 점심시간과 휴일, 공휴일은 단속이 없으니 바로 앞 도로변에 주차할 수 있다.
(그렇다고 불법주차가 합법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니 오해하지말자. 주차는 주차구역에 해야하는게 맞다.)
어차피 우리는 항시 늦은시간에 방문하기때문에 도로변에 주차하지만 습관이란게 무섭다고 아무생각없이 한 주차덕분에 과태료를 낼뻔한 적이 있으므로 다들 주의하시길 바래요.
오픈시간은 모르겠고.
닫는시간은 9시로 되어있지만 8시가 넘으면 포장만 가능한 경우가 있다.
이날은 8시 10분쯤 방문해서 다행히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혹시라도 시간이 늦어서 저녁을 못먹게 되었다면 바로 맞은편 일선관을 추천한다.
메뉴는 육개장, 곰탕, 밀면이 전부지만 24시간 식사가 가능하다.
주차장도 있고 24시간 식당이라는게 장점이고 친절한편은 아닌것같다는게 단점.
물론 친절함이라는건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날그날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그러했다.
저녁, 잘먹었습니다.
<단골식당 찾습니다>
거의 매일 저녁 외식을 하고있습니다.
청주시내 늦은시간에도 식사가 가능한곳이 있다면 추천부탁드립니다.
조건은 1인 1만원이 넘지않아야하고 되도록 맵거나 짜지않으면 좋겠네요.
먹었을때 속이 편안하면 좋겠습니다.
기왕이면 밥 종류가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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